중국의 반려동물 시장, 폭발적 성장 비결은?
중국 경제가 내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반려동물' 시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투자기관 골드만삭스는 "경제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 투자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고양이 박람회 찾은 중국 젊은 여성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쇼핑몰 1층에서는 고양이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베이징 슈퍼캣협회(SCA)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전시되었습니다.
먼치킨, 페르시안, 랙돌, 러시안 블루 등 다양한 묘종의 고양이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각 고양이 앞에는 "사람을 좋아함", "활동적" 등 해당 고양이의 특징을 소개한 팻말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고양이 직거래도 이뤄졌으며, 2세 미만 새끼 고양이는 대략 3,000~4,000위안(약 56만~75만 원) 선에서 거래되었습니다.
관람객 중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았고, 이들은 고양이 구매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
2000년대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했던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이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시장 조사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978억 위안(약 18조4,000억 원)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0년 2,953억 위안(약 55조8,000억 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반려동물 시장은 예외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1년 3,942억 위안(약 74조5,000억 원), 2022년에는 4,936억 위안(약 93조3,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아이미디어리서치는 2025년까지 시장 규모가 8,114억 위안(약 153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수, 세계 최대 수준
중국의 반려동물 수는 이미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미국수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려동물(개·고양이) 수는 1억1,655만 마리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반려동물 시장인 미국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내년 중국 내 반려동물 수가 2억 마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인구 급증의 이유
중국에서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인터넷포털 아이펑닷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아지가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준다'는 답변이 53%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귀여워서'(33%), '외로움을 달래주니까'(29%) 등의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서적인 이유일 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인구사회학적 구조 변화에 있습니다.
중국의 인구 구조 변화와 반려동물 인기
1990년 1,700만 명에 불과했던 중국의 독거인구는 2018년 7,7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2020년에는 1억2,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경제적 압박으로 청년층이 결혼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1.0명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초혼자 수는 1,051만 명으로,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층은 결혼·출산 대신 반려동물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큰손은?
중국 반려동물 소유주의 교육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반려견 소유주의 52.8%가 대졸 이상이며, 반려묘 소유주의 58.4%도 대졸자입니다.
성별로 보면, 반려동물 소유주의 88%가 여성, 남성은 12%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20~30대 대졸 학력의 여성이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최대 고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도시에 거주하는 중국 청년들이 결혼 대신 강아지와 고양이를 집으로 들이고 있다"며 중국 반려동물 시장이 유망한 투자처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고양이 선호 현상
중국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수요가 더 큽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반려견 수는 5,175만 마리, 반려묘는 6,980만 마리였습니다.
이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되는 결과입니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소유주 중 개만 키우는 비율은 49%, 고양이만 키우는 비율은 23%에 그칩니다.
반려동물의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는 직장에 가야 하는 청년층에게 선호됩니다.
반려동물 노령화 대책은 미흡
하지만 반려동물 노령화 대책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아이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 내 반려견과 반려묘 평균 연령은 각각 2.7세, 2.2세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기대 수명을 고려하면, 5~10년 뒤부터 노령 반려동물이 급증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반려동물 병원 수는 약 2만 개로, 미국의 3만 개보다 적습니다.
중국 반려동물 수가 이미 미국을 추월한 점을 고려하면,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